Q.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어릴 적부터 가위, 종이, 크레파스, 재활용품을 사용해서 저만의 장난감과 놀이를 스스로 찾는 것이 가장 큰 재미였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늘 ‘장래희망 란’에 ‘화가’를 쓰고 그에 맞는 교육들을 받다 보니 자연스레 이렇게 작가가 된 것 같아요.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으면서 재미를 느끼는 유일한 일이었니까요!
Q.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우선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버려진 꽃과 과일들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한 대답부터 해드려야 할 것 같아요. 제가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저는 제 고향 한국을 그리워하며 외로움에 시달렸었어요.
남들이 부러워하던 유학 생활은 저에게는 그다지 화려하고 아름다운 기억이 아니었어요.
‘말이 안 통하는 아시안 여자애’라는 이유로 저는 무관심과 무시 속에서 살아야만 했죠. 그 과정 속에서 저는 정신적으로 시들고, 늙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일 가족과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고 그렇게 늘 우울함, 고독함, 그리고 공허함 속에서 헤엄쳐야 했어요… 그렇게 4년을 보낸 후, 졸업전시에서 버려진 꽃들을 보게 되었는데, 무관심 속에 버려져 있던 그 꽃들에게서 저의 모습을 투영하게 됐어요. 그들이 당한 처참한 처지에서 그들을 도와주고 싶었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들도 태어나고 자랐던 고향이 있을 것이고, 가족과 친구들에게서 멀어져 그들을 그리워하며 외로움에 떨고 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저는 그들을 수집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이후 꽃과 과일 개체들을 한 명의 인간으로 바라보게 되었으며, 인간과 그들의 공통점들을 찾기 시작했어요. 제 작품에서 시들고, 썩고, 죽어가는 꽃과 과일들은 멀리서 감상하였을 때 아름답고, 완전하고, 화려해 보이지만…관심을 갖고 가까이 관찰해보면 비로소 그들의 불완전한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제 작품 속의 꽃과 과일들의 개체들은 우리 인간 개개인, 그리고 작품의 전체적 모습, 즉 꽃과 과일들의 집합은 우리 사회를 가리켜요. 겉보기에 완전해 보이는 우리 사회는 불완전한 인간 개개인 또는 집단들이 모여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제 작품은 우리 사회와 삶을 투영해요. 이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바라보는 시선에 따른 외적인 아름다움 외에 새로운 아름다움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왜 회화 혹은 사진 하나의 영역에서 벗어나 일반적인 방법이 아닌 회화-설치-사진-회화 같은 번거로운 절차를 밟냐고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세요. 저만의 세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 이유는 ‘사진만의 특성’입니다. 특히 사진은 지나간 순간을 정지시켜, 순간순간의 아름다움을 기록하기 때문에, 제 작품의 주제와 사진 기법이 맞는 방법이라 생각했어요.
두 번째 이유는 ‘사람들의 반응과 그것에 대한 나의 호기심’ 때문이에요. 제가 전시를 하며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사진이야? 페인팅이야?” 이었어요. 게르하르트 리히터 가 당시 '사진 회화 (photo-painting)'이라는 새로운 회화 기법을 제시하며, '회화 vs 사진', '과거 vs 현재'를 대비시켜 "과연 어떤 것이 진짜 예술인가"라는 고찰을 관객들에게 주었듯이, 반대로 저는 '회화 사진 (painting-photo)' 기법을 사용하여 관객들에게 새로운 고민을 주고 싶었어요.
세 번째 이유는 꽃 수집 과정과 기부한 사람들의 반응이에요. 쓰인 꽃들을 저에게 기부한 사람들이 제 전시에 와 걸려있는 작품을 보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이 광경을 보는 것에 저는 흥미를 느꼈어요. 작품을 관람하는 관람객들은 이야기들을 들으며 흥미로워했고, 관객들끼리 질문을 던지고, 그 속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소통하는 모습을 보며, 제 작품이 소통의 매개체가 되었다는 점과 쓰레기처럼 버려지던 그들을 작품 속 주인공으로 만들어주었다는 생각에 행복함과 뿌듯함을 느꼈어요.
Q. 가장 애착이 가거나 특별한 작품이 있으신가요?
호수가 클수록 특별하게 느껴져요… 크기가 커지는 만큼 더 많은 양의 꽃이 필요해서 수집이 힘들고, 페인팅 배경과 리터치 작업도 작은 호수에 비하면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욱 애착이 갈 수밖에 없더라고요!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개인적인 경험이요!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들 속에서 느꼈던 여러 가지 감정들을 기반으로 영감을 얻어요. 부수적으로는 문화생활과 종교생활에서도 영감을 얻는 것 같아요. 제가 모태신앙이라 태어났을 때부터 매주 교회에 나가 설교를 들어요. 특히 인생에 대한 설교가 나올 때 마음속으로 와닿는 부분이 생기면 꼭 제 작품에 내용적으로나 표현적으로나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Q. 앞으로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지금 하고 있는 'Used Flowers & Fruits’ 시리즈를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지금의 것을 유지하면서 더욱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새로운 형태를 띠는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할 거예요. 회화와 사진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런 작품을 앞으로 계속 연구해볼 생각이에요.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한국에서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작가요. 혹은 감동을 주는 작가로 기억되길 바래요.
Q. 작품 활동 외에 취미 활동이 있으신가요?
사진 촬영이요. 카메라로 가족, 지인들과 사진관에서 찍은 사진처럼 연출샷 혹은 스냅샷 찍으면서 추억 남기는 걸 좋아해요. 사진을 찍는게 제 일이기도 하고,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들로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점이 행복하기도 하고요.
Q. 작품 활동 외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10년 안의 목표는 KIAF(한국 국제아트페어)에 큰 작품을 걸고 싶어요. 제가 작가의 꿈을 본격적으로 깊게 꾸게 된 계기가 작가라는 꿈을 꾸기에 현실에 부딪칠 용기가 없던 시절 KIAF에 가서 훌륭한 작품들을 보고 큰 충격에 휩싸였었거든요. 아직도 그 두근거림을 잊을 수 없어요! 저도 언젠가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그 작가들이 주었듯이 저도 제 작품을 통해 큰 충격을 주는 그런 작가가 되는 게 제 현재 목표이자 꿈이에요.